
우리 둘, 그리고 도윤
연애를 시작한 2014년부터 도윤이 다섯 살이 된 2026년까지

연애를 시작한 2014년부터 도윤이 다섯 살이 된 2026년까지

1991년생 한서연과 1990년생 윤지훈. 스물셋, 스물넷이던 2014년에 연애를 시작했어. 둘이 앉던 벤치에 우리 아들 윤도윤도 함께 앉게 될 줄은 그때 몰랐지.


카페에서 마주 앉고, 동네를 걷고. 우리 연애에는 그런 평범한 날들이 많았어.

멀리 가지 않아도 됐어. 돗자리 하나 펴고 마주 앉으면, 별일 없던 하루도 데이트가 됐지.


가을 산책이 겨울 셀카로 이어졌어. 함께 보낸 계절이 늘면서 카메라 앞의 우리도 조금씩 편해졌지.



2015년에도 밥을 먹고, 꽃을 보고, 서점에 들렀어. 특별한 약속보다 이런 날들이 우리 사이에 더 많이 쌓였지.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까지 찍어 두던 때야. 지금 보니 우리가 서로를 참 자주 바라봤구나 싶어.


서로 밥을 해주던 사이가 언젠가는 매일 한 식탁에 앉는 사이가 될 줄은 몰랐어. 그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었나 봐.

2015년, 둘이 강릉으로 가던 길. 어디에 도착했는지만큼 함께 가는 기차 안의 모습도 남겨 두고 싶었어.


처음 남긴 강릉 사진에는 우리 둘뿐이네. 몇 년 뒤에는 같은 바다를 도윤이와 보러 오게 돼.


2016년 제주에서는 돌담 앞에서도, 밥 먹는 중에도 서로를 찍었어. 여행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건 이런 평범한 사진들이야.

그때는 우리 사진 가운데 도윤이가 앉게 될 줄 몰랐지.


2016년에는 둘이 일본에 갔어. 공항에서 골목길까지, 낯선 곳을 같이 다니는 시간이 좋았지.

서로 찍어준 사진 사이에 둘이 나온 사진도 한 장씩 남겼어. 혼자 카메라를 들 때와는 또 다른 우리 모습이네.


일본에서 먹던 저녁을 지나, 다음 해에는 파리에 도착했어. 여행지가 바뀌어도 맞은편에 앉을 사람은 같았지.



2017년 파리. 에펠탑 앞의 기념사진도 좋지만, 빵을 먹고 길을 걷던 모습에 눈이 더 오래 머물러.

니스에서는 바다 곁에 앉아 있는 모습도 찍었어. 여행 사진을 다시 보면 풍경만큼 그때의 우리가 반가워.


2017년의 니스를 지나 2018년에는 부산으로. 멀리 가든 가까이 가든 둘이 떠나는 여행은 계속됐어.

부산 바닷가 카페에 마주 앉았어.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바다보다 서로 찍어준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부산에 다녀오고 또 다음 여행을 의논했어. 둘이 갈 곳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둘이 살아갈 날들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이어졌지.


드레스를 고르러 갔던 날이 지나고 신부대기실에 앉았어. 사진을 넘기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던 시간이 한 걸음씩 이어지네.

우리 결혼식 날. 연애하던 우리가 이제 부부가 됐어.


함께 입장하고 반지를 나눠 꼈어. 연애하던 두 사람이 서로의 가족이 되는 날을 이렇게 남겼지.

이날은 서로를 찍어주던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어. 연애 사진 사이에 결혼사진이 생기고,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을 얻었지.


식이 끝나자 긴장이 풀렸어. 그다음에는 신혼집에서 밥을 먹는 아침, 우리가 함께 살아갈 보통날들이 기다리고 있었지.



2020년 9월 20일,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봤어. 우리 둘의 기록에 도윤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해졌지.

배 속의 너와 겨울을 보냈어. 아빠가 찍어준 산책 사진을 보니, 너를 만나기 전 함께 보내던 시간이 생각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집에는 아기 침대가 놓였어. 아직 만나지 못한 너의 자리가 우리 생활 안에 조금씩 생겼지.

출산 가방을 챙기고 나니 만날 날이 가까워졌다는 게 실감 났어. 준비한 짐 옆에서 엄마 아빠가 될 시간을 기다렸지.


2021년 5월 23일, 도윤이가 태어났어. 둘이 남기던 사진에 이제 도윤이가 함께해.

너를 처음 안은 아빠는 표정이 살짝 굳었어. 팔 안의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받치던 모습도 아빠의 시작이었지.

엄마 품에 안긴 네 얼굴을 들여다봤어. 이제는 너를 돌보며 하루를 보내는 법을 우리도 하나씩 배워야 했지.


손가락 하나를 잡던 작은 손이 집까지 따라왔어. 같은 집인데 네가 들어온 뒤로는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달라졌지.

밤중에 분유를 먹이며 잠이 모자란 날도 있었어. 그래도 혼자 하는 일이 아니어서, 둘이 번갈아 너를 안으며 하루를 넘겼지.


잠든 너를 바라보고, 아침이면 다시 품에 안았어. 매일 비슷해 보여도 그 품 안에서 너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지.



첫 유모차 산책을 나서고, 2021년 8월 말에는 집에서 백일을 챙겼어. 처음에는 길게만 느껴졌던 하루들이 어느새 이렇게 쌓였네.

아빠를 보고 웃는 네 얼굴을 남겼어. 우리를 알아보고 웃어주는 순간부터 마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지.


이유식을 먹다 얼굴에 묻히고, 첫 크리스마스도 보냈어.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너와 처음 해보는 일이 하나씩 늘었지.

누워 있던 네가 이제 우리 쪽으로 기어왔어. 네가 움직이는 만큼 엄마 아빠의 눈과 손도 바빠졌지.


아빠와 그림책을 보고,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서기도 했어. 첫돌을 앞둔 너는 보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아졌지.


집에서 돌잔치를 준비하고 한복 입은 너를 찍었어. 처음 만난 날의 작은 아기에게 벌써 첫 생일이 왔구나 싶었지.

2022년 5월 23일, 도윤이의 첫돌. 돌상 앞에 앉으니 너의 첫해와 우리 부모로서의 첫해가 함께 지나온 것 같았어.


돌잡이에서는 실을 잡았지. 잔치가 끝나고는 아빠 품에서 졸았어.

처음 걸음을 연습하던 날이야. 얼마 전까지 품에만 안겨 있던 네가, 이제는 네 발로 우리에게 오려고 했어.


유모차에 챙길 간식도, 여행에 가져갈 짐도 늘었어. 둘이 떠날 때보다 손은 많이 가도 이제는 네 자리부터 챙기게 됐지.



숙소에서 맞은 아침도, 장갑을 끼우고 마트에 가던 날도 우리 생활이었어. 너와 보내는 하루는 여행 밖에서도 계속됐지.

동네 놀이터에서는 네가 가는 쪽으로 따라다녔어. 예전에는 둘이 걷던 길에, 이제 네 걸음에 맞춰 서는 시간이 늘었지.


2023년 5월 23일에 두 살 생일을 보내고, 집에서는 그림도 그렸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많아지는 한 해였지.

아빠와 낙엽을 만지며 가을을 보냈어. 멀리 여행 가지 않은 날에도 너는 가까운 곳에서 놀 거리를 찾았지.


집에서는 이불을 덮고 책을 보고, 밖에 나갈 때는 네 가방을 챙겼어. 품 안의 아기에게 자기 하루가 생겨 가고 있었지.

2024년 5월 23일, 세 살 생일이야. 케이크 앞에 앉은 너를 보니 첫돌 때의 작은 한복 모습이 떠올랐어.

둘이 걷던 때를 지나, 이제는 도윤이 손을 잡고 걷는 날들이 쌓였지. 장화 신고 물웅덩이에 들어가던 날도 생각나.


동네 도서관에도 가고 제주에도 다시 갔어. 예전에 둘이 다녔던 곳을 너와 찾아가는 재미가 생겼지.

제주 바다 옆에서는 엄마가 네 손을 잡고 걸었어. 연애할 때 둘이 찍던 여행 사진에 이제는 작은 손 하나가 더 들어와.


아빠와 귤을 먹고 엄마와 모래성을 만들었어. 겨울의 집과 여름의 바닷가, 네가 놀던 자리에 우리도 함께 있었지.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고, 다시 생일을 맞았어.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다섯 살 케이크 앞에 앉았네.

2026년 5월 23일, 다섯 살이 된 도윤이야. 처음 안았을 때는 이렇게 자란 네 얼굴을 상상도 못 했는데, 이제 눈앞에 있네.


2026년에는 너와 일본에 갔어. 둘이 여행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작은 손 하나를 더 잡고 골목을 걸었지.

많이 자랐어도 여행길에 잠들면 아직 우리 품이 필요했어. 스스로 걷다가 다시 안기는 너와 함께 돌아왔지.


둘이 앉았던 벤치 앞에 이제 셋이 모였어. 그때는 몰랐던 우리 모습을 오늘은 함께 사진으로 남겼지. 다음 사진에는 또 어떤 하루가 담길까.

도윤아, 엄마 아빠가 연애하던 시절부터 네가 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 담았어.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같이 보낸 평범한 시간이 이렇게 쌓였네. 우리 사진 가운데 네가 앉게 될 줄은 그때 몰랐지. 앞으로도 네 손을 잡고, 우리 셋의 날들을 이어 가자.
기억을 꺼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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